사진첩 속 커피 앨범
핸드드립을 좋아합니다. 유튜브에서 커피 전문가들의 레시피를 찾아보고, 다양한 원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내려 마시는 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좋은 레시피를 발견하면 화면을 캡쳐하거나 메모를 해두고, 사진첩의 '커피' 앨범에 넣어두곤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레시피에서 물 온도가 몇 도였지?", "분쇄도는 어떻게 했더라?" 싶어서 다시 유튜브 영상을 찾으러 가곤 했는데, 영상 제목이 기억나지 않으면 꽤 번거로웠습니다. 스크린샷은 잔뜩 쌓여 있는데, 정작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정보를 바로 꺼내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 화면에 다 보고 싶었다
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원했던 건 단순했습니다. 유튜브 영상 링크, 레시피 정보(드리퍼·필터·그라인더·분쇄도·물 온도·비율), 단계별 브루잉 레시피 — 이 세 가지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웹페이지였습니다. 이름은 BrewNote로 지었습니다. 완전히 개인용이었고, 나 혼자 쓸 거니까 디자인도 기능도 최소한으로 만들었습니다.
쓰다 보니 따로 관리하던 원두노트(맛있던 원두·로스터리·가공 방식·가성비 메모)도 합치고 싶어졌습니다. 레시피와 원두 정보가 따로 노니 "이 원두에 맞는 레시피가 뭐였지?" 할 때마다 두 군데를 오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원두 정보를 통합하고 시음 기록과 별점 기능을 넣었습니다.
혼자 쓰기 아까워서 공유했다
그러다 문득, 나처럼 커피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불편을 겪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유를 결심했고, 개인용 웹페이지를 남의 기기에서도 앱처럼 쓰게 하려고 두 가지 큰 변화를 줬습니다. PWA로 전환해 "홈 화면에 추가"하면 네이티브 앱처럼 쓰이도록, 그리고 Google 로그인 + 서버 저장으로 어떤 기기에서든 같은 데이터를 보도록. 이것이 v2.0이었습니다. 아래에서 그렇게 다듬어 온 BrewNote의 기능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BrewNote는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올인원 브루잉 기록 앱입니다. 원두 컬렉션, 브루잉 레시피, 시음 기록, 캘린더, 취향 분석 리포트, 그리고 다른 사용자와의 공유까지 — 커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PWA로 만들어져 앱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Google 계정 로그인 한 번이면 어떤 기기에서든 데이터가 동기화됩니다.
원두 관리
구매한 원두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합니다. 원두 패키지를 촬영하면 1:1 비율로 자동 크롭되고, 원두명, 로스터리, 원산지, 품종, 가공 방식, 로스팅 레벨 등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 싱글 오리진 / 블렌드 — 블렌드 원두는 구성 국가와 비율(%)을 각각 입력할 수 있습니다.
- 가격 자동 계산 — 총 가격과 중량을 입력하면 100g당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 잔여량 추적 — 시음 기록에서 사용한 원두량이 자동 차감되어 남은 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색 & 정렬 — 원두명, 로스터리, 국가, 품종 등으로 검색하고 점수순, 이름순, 가격순으로 정렬할 수 있습니다.
시음 기록
홈브루잉과 카페 방문을 각각 기록하고 관리합니다.
홈브루잉
원두를 선택하고, 사용한 레시피와 원두 투입량을 함께 입력합니다. 점수는 슬라이더, ±0.1 버튼, 직접 입력 중 편한 방식으로 매길 수 있습니다. SCA 세부 평가를 켜면 향, 맛, 여운, 산미, 바디 등 10개 항목을 전문가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 기록
카페명, 메뉴명, 가격, 점수, 메모를 기록합니다. 한번 기록한 카페명은 자동완성으로 빠르게 선택할 수 있고, 카페별로 카드가 그룹화되어 방문 횟수와 평균 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레시피 관리
핸드드립 레시피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푸어링 타이머와 연동하여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기본 설정 — 드리퍼, 필터, 그라인더, 분쇄도, 수온, 원두량, 물 총량
- 푸어링 단계 — 각 단계의 시작/끝 시간과 물 투입량을 설정합니다. (예: 뜸들이기 0:00~0:30 +40g → 1차 0:30~0:50 +60g)
- 밸브 조작 — Hario Switch 등 밸브 드리퍼 사용 시 단계별 열기/닫기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유튜브 연동 — 참고 영상 ID와 시작 시간을 넣으면 레시피 화면에서 바로 재생됩니다. 영상을 다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장된 레시피를 선택하면 푸어링 타이머가 시작됩니다. 화면 가운데 큰 원에 현재 단계와 투입량이 표시되고, 아래 단계 목록에서 전체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 작동 중에는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지 않아 추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공유방
다른 사용자가 공유한 원두 정보와 레시피를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내 컬렉션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 전체, 원두만, 레시피만 필터로 골라볼 수 있습니다.
- 인기순 또는 최신순으로 정렬합니다.
- 항목을 탭하면 상세 정보를 미리보기한 뒤 저장할 수 있습니다.
- 내 원두나 레시피를 공유방에 올리거나, 공유 링크를 통해 직접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캘린더 & 리포트
커피 생활을 달력과 통계로 되돌아봅니다. 캘린더에서는 날짜별로 원두 구매, 홈브루잉, 카페 방문이 아이콘으로 표시되고, 날짜를 탭하면 상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기록이 쌓일수록 다양한 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 종합 통계 — 보유 원두 수, 시음 기록 수, 전체 평균 점수
- 지출 분석 — 전체/연간/월간 원두 구매 금액과 월평균 지출
- 취향 분석 — 가공 방식, 로스터리, 원산지, 로스팅 레벨별 선호도를 점수 기준으로 시각화
- 가성비 분석 — 가격대별 평균 점수 비교
그 외 기능
- PWA 설치 — 홈 화면에 추가하면 네이티브 앱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다크 모드 / 라이트 모드 — 설정에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Google 로그인 — 계정 하나로 모든 기기에서 데이터 동기화. 기기를 바꿔도 데이터가 유지됩니다.
- 데이터 백업 — 전체 데이터를 JSON 파일로 내보내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 원두 사진도 포함됩니다.
사용자가 앱을 키워주었다
공유를 시작하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구조가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고, 그것은 혼자서는 절대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한 마디에서 공유방 기능이 태어났습니다(v3.3). 그 외에도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앱을 계속 바꿔놓았습니다 — 0.1 단위 점수 입력(v1.1), 로스팅 N일차 표시(v2.1.1), 다크 모드(v2.1), My Coffee Report 취향 분석(v2.3), 블렌드 원두 등록(v4.0), 캘린더 탭(v4.0). v1.0에서 v4.1까지 약 두 달 동안 수십 번의 업데이트를 거치며, 레시피 정리 도구로 시작한 앱이 종합 커피 앱이 되었습니다.
혼자보다 함께가 더 좋은 앱을 만든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내가 생각한 완벽한 구조는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혼자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른 사람이 쓰기 시작하면 바로 드러납니다. "이건 왜 이렇게 되어있어요?"라는 질문 하나가 근본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용자와 대화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은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혼자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앱이 나왔습니다.
기록은 나중의 나를 위한 선물입니다. 오늘 마신 커피 한 잔도 기록해보세요.